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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엄마 숨지게 한 '숨병'의 정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글로벌 top 10 비영어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8일은 시리즈 정주행을 고집하는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마지막 4막이 공개되는 날이다.
극 중 주인공 애순(아이유 분)의 어머니 광례(염혜란 분)는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숨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제주 해녀 사회에서 "용왕님이 내리는 벌"이라 불리는 숨병은 과연 어떤 병을 말하는걸까?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영환 교수(건국대학교병원)는 "극 중 등장하는 숨병을 감압병으로 의학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와 함께 감압병의 발생 기전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감압병', 잠수, 고공 비행 등 급격한 기압변화가 원인
감압병은 고기압 환경에 일정 시간 노출된 후 낮은 압력 환경으로 급격히 돌아오면서 체내 조직에 용해되어 있던 질소가 빠르게 기포화 되어 혈관이나 조직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이영환 교수는 "감압병은 주로 수중 잠수나 고공 비행과 같이 기압 변화가 큰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수심이 깊은 고기압 환경에서 급하게 수면으로 상승하는 경우 △재잠수 간 휴식이 부족한 경우 △잠수 후 충분한 휴식 없이 비행기 탑승을 하는 경우 △피로 △탈수 △저체온 △고령 △기저질환(특히 심장·폐 질환)이 있는 경우 감압병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감압병은 스쿠버 다이빙뿐만 아니라 잠수풀에서 반복적으로 무호흡 잠수를 하거나, 고산 지대에서 급히 하산할 때, 혹은 다이빙 직후 비행기를 타는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흔히 나타나지 않지만, 기압 변화가 있는 조건이라면 누구든지 감압병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주의했다.
광례가 걸린 '숨병', '감압병'으로 해석 가능
해녀들이 무호흡 잠수를 하고 빠르게 수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반복할 경우, 체내에 남아 있는 질소가 점진적으로 축적되다가 임계 초포화 상태에 도달하면 기포가 형성되며 감압병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제주 해녀나 일본 아마 해녀들의 감압병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
이영환 교수는 "드라마 속 숨병 역시 제2형 감압병 중 폐 손상을 중심으로 한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폐혈관 내 혈류가 막혀 폐색전증이나 폐출혈이 나타날 수 있고, 반복적인 가압과 감압으로 폐포 손상이 발생하면 폐부종이 동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스쿠버 다이버는 기포 양이 많아 급성 증상으로 발현되지만, 해녀는 소량의 기포가 서서히 누적돼 천천히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숨병을 감압병으로 해석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이빙 후 24시간 내 통증이 있다면…감압병 의심해야
감압병 진단에서는 환자의 잠수 이력과 증상 발현 시점이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증상의 대부분은 다이빙 직후부터 24시간 이내에 나타나며, 증상의 양상과 중증도에 따라 크게 제1형과 제2형으로 구분한다.
이영환 교수는 "제1형은 주로 근골격계, 피부, 림프계를 침범하며 △관절통 △피부 발진 △림프절 붓기 △국소 부종 등 비교적 경미한 증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2형은 중추신경계, 내이(귀), 폐, 심혈관계 등을 침범한다. 이 교수는 "제2형 감압병은 △사지 마비 △현기증 △의식 저하 △호흡곤란 △흉통 △청력 이상 등 전신적이고 치명적인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고 주의했다.
감압병은 일반적인 혈액 검사나 관절 x-ray 촬영에서는 감압병의 직접적인 흔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다이빙 후 몸에 이상이 생기면 검진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의심하고 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감압병 치료, 고압산소치료가 핵심
감압병이 의심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대응이다. 잠수 직후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방치하면 신경학적 후유증이나 생명 위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환 교수는 감압병 치료의 핵심으로 고압산소치료(재가압요법)를 꼽았다. 고압산소치료는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 환경을 만들어 100%의 산소를 일정 시간 동안 계속 흡입하도록 하는 치료법으로, 특히 폐 관련 증상이나 피부 발진, 신경계 이상이 동반된 환자일수록 즉각적인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고압산소치료는 전용 챔버를 갖춘 병원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장비가 없는 경우에는 100% 산소마스크로 응급 처치를 한 뒤 신속히 이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송 중에는 환자를 왼쪽으로 눕혀 호흡을 유지시켜 심장에 유입된 기포가 전신 순환계로 퍼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 교수는 "감압병은 치료 시기가 예후를 좌우하는 질환으로 전문가들 대부분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지만, 아직 정확한 '골든 타임'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압산소치료와 함께 보조 요법이 병행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덱스트란 수액 요법, 스테로이드 투여, 소염진통제 사용, 항응고제로서의 헤파린 정맥주사 등이 있으며, 척수 손상으로 인한 마비가 발생한 경우에는 조기 재활 치료도 중요한 치료 전략 중 하나다.
고압산소치료는 단순히 잠수 질환에만 국한된 치료법이 아니라, 혈액 내 산소 공급을 극대화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치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고압산소치료는 감압병 외에도 △일산화탄소중독 △가스색전증 △혐기성세균감염증(가스괴저증) △시안화물중독증 △24시간 이내 급성기 중심망막 동맥폐쇄를 동반한 시력소실 △과도한 출혈에 의한 빈혈 △중증 화상 △버거씨병 등에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인 감압병 예방 가이드…"비행 당일 다이빙 행위 금지"
감압병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 특히 레저 목적의 다이빙을 즐기는 일반인이라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이영환 교수는 "다이빙 전에는 감기나 호흡기 질환, 심혈관계 질환이 없는지 확인하고, 탈수나 과로 상태가 아닌지도 점검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이빙 전에는 반드시 금연·금주를 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혈류 순환과 질소 대사를 원활히 유지해야 한다.
이 교수는 "다이빙 중에는 천천히 상승하며, 수심 약 5m 지점에서 3~5분간 머무는 안전 정지(safety stop)를 통해 체내 질소가 서서히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하며, "반복적으로 잠수를 하는 경우라면 다이빙 사이 최소 1시간 이상 휴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이빙을 마친 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고온 환경(사우나, 온탕), 격한 운동, 음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는 체내에 남아 있던 미세 기포를 자극해 혈류를 따라 이동하거나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로 여행 마지막 날 다이빙을 즐기고 곧바로 비행기를 타는 행위를 꼽으며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이라 경고했다. 이어 "여행을 계획할 때는 마지막 날은 다이빙 없이 휴식일로 잡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