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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우울증·고혈압이어도... 여성이 치매에 더 취약한 이유
우울증과 고혈압 등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이 여성의 인지 기능 저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 샌디에이고 의과대학 연구팀은 미국 중장년 및 노년층 1만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복합적인 건강 요인에 따라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 내 중장년 및 말년기를 대표하는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1만 7,000여 명의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이들은 교육 수준, 청력 손실, 흡연, 비만, 우울증 등 13개의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심장 및 대사 질환이 주요 관찰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선할 수 있는 생활 습관 요인들이 남녀의 뇌 건강에 각각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추적했다.
분석 결과, 전체 13개 치매 위험 요인 중 10개에서 성별에 따른 뚜렷한 유병률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은 우울증 비율이 약 17%로 남성(약 9%)보다 높았으며, 신체 활동 부족과 수면 문제를 겪는 비율도 남성보다 다소 높았다. 반면 청력 손실이나 당뇨병, 과도한 음주는 남성에게서 더 흔하게 관찰됐다. 주목할 점은 청력 손실이나 당뇨병처럼 남성 발병률이 높은 일부 요인조차도 실제 인지 기능 저하와 맺는 연관성은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과 체질량지수(비만도) 증가 같은 건강 상태 역시 남성보다 여성의 인지 능력 하락과 더 깊은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동일한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더라도 성별에 따라 뇌 건강에 미치는 파급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특정 질환이 남성의 인지 저하와 중간 정도의 연관성을 보이더라도, 여성에게는 치매 위험을 더욱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여성의 우울증 관리나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 등 심혈관 건강 개선에 비중을 두는 성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메건 피츠휴 UC 샌디에이고 의과대학 신경과학 조교수는 성별을 고려한 새로운 치매 예방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츠휴 조교수는 "일부 위험 요인이 남성보다 여성의 인지 기능에 유독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치매 예방 전략은 단순히 질환의 발생 빈도뿐만 아니라, 그것이 남녀의 인지 능력에 미치는 실제 영향력에 맞춰 조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이러한 성별 차이를 더욱 정교하게 이해할 때 더 현명하고 표적화된 예방책을 설계할 수 있다"며 "이는 모든 사람, 특히 치매 위험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여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Sex differences in modifiable risk factors of dementia and their associations with cognition: 치매의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에 있어서의 성별 차이 및 이들이 인지에 미치는 영향)는 2026년 5월 국제 학술지 '성차 생물학(Biology of Sex Differenc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