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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서 우울하다고? 지금 당장 ‘벚꽃놀이’ 해야 하는 이유

바야흐로 벚꽃 시즌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제한됐던 벚꽃 축제들이 대부분 정상화되어, 4년 만에 마음껏 봄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유명 벚꽃 명소에는 이미 많은 상춘객이 다녀갔으며, 이번 달 4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는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에는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은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왜 유독 사람들은 봄에, 그것도 '벚꽃'에 열광하는 걸까



벚꽃을 보면 우울감이 낮아지고 활력을 얻을 수 있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벚꽃이 주는 의외의 효과강릉원주대 연구팀이 봄꽃의 개화가 미치는 시각·심리적 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20대 남녀 각 40명, 모두 80명을 대상을 개나리, 진달래, 매화나무, 벚나무, 목련 등 5종의 나무에 꽃이 피었을 때와 꽃이 없을 때의 사진을 보여주며 인상 및 감정 평가를 했다. 인상은 밝다-어둡다, 아름답다-추하다 등 27쌍의 형용사 항목으로 평가하게 하고, 감정은 긴장 및 불안, 우울, 분노 및 적개심, 활기, 피로, 혼란 등의 기분 상태를 기록하도록 했다. 그 결과 개나리꽃은 자연적이고 동적인 이미지, 매화와 벚꽃은 가벼우며 자연적인 이미지, 목련은 섬세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벚꽃과 목련 꽃처럼 흰색은 깔끔하고 안도감을 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연구팀은 다섯 가지 꽃 가운데 유독 벚꽃에서 압박감이 없거나 안전한 이미지가 나타났으며, 이는 벚꽃을 통해 안도감과 긴장 완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감정 변화 측면에서는 봄꽃 식물 5종 모두 똑같이 우울함을 감소하고 활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에 대한 감정 비교에서 가장 낮게 평가된 꽃은 벚꽃으로, 다른 봄꽃 식물 보다 벚나무를 바라봤을 때 우울감이 가장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꽃향기 맡으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훌훌~한편, 꽃향기만 맡아도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꽃밭만 걸어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는 실험용 쥐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꽃향기의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측정했다. 원예연구소는 먼저 전기 자극을 가한 실험용 쥐를 통해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큰 '나팔나리'와 '나도풍란' 두 종류의 절화를 선발했다. 일반 쥐의 혈액 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는 50ng/ml이었으며, 전기 자극을 가하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150ng/ml로 증가했다. 전기자극을 받은 쥐의 우리에 나팔나리를 꽂고 1시간 경과한 후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하자, 58ng/ml로 자극 이전 상태 수준으로 돌아왔다. 나도풍란의 경우도 95ng/ml로 떨어져 꽃이 없는 장소의 쥐와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원예연구소는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도 실험을 실시했다. 초등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교실에는 책상마다 나팔나리를 꽂아두고, 다른 교실에는 꽃 없이 수학 시험을 치르게 했다. 시험 후 학생들의 타액 속 코르티솔 농도를 측정한 결과, 나팔나리가 있는 교실 학생의 평균 코르티솔 증가분은 20ng/ml인 반면 꽃이 없는 교실 학생의 코르티솔 증가분은 50ng/ml로 나타났다. 나팔나리의 향이 시험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를 보인 셈이다. 원예연구소 화훼과 김광진 박사는 "모든 꽃이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식물에서 추출한 향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번 실험을 통해 꽃이 단순히 보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건강 기능성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음이 증명됐다"라고 밝혔다.

꽃길 걸으면 자존감 높아져꽃밭에서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은 뇌파와 관련이 있다. 건국대학교 보건환경과학과 손기철 교수는 "아름다운 꽃, 녹색 식물을 보면 뇌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알파파(뇌파의 일종)가 활성화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불안감이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또 씨앗을 뿌려 꽃이 필 때까지 보살피며 식물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러한 꽃이 가진 건강 기능성 덕분에 심리 치료에 꽃을 활용하기도 한다.

원예치료 중 꽃만을 이용하는 것을 플라워테라피라고 하는데, 플라워테라피용 꽃을 선택할 때는 계절, 촉감, 색깔 등을 고려하는 게 좋다. 특히 벚꽃이 지닌 파스텔 톤의 분홍색은 온순하고 온화한 기분을 만들어줘 우울증 치료제라고도 불린다. 또 꽃에서 얻은 생동감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는 동기를 부여,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은 집 베란다에서 꽃만 키워도 우울증 완화, 스트레스 해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만개한 벚꽃길을 걷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