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송된 채널 a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소리에 예민한 금쪽이의 사연이 소개됐다. 동생을 살뜰히 챙기며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금쪽이지만, 아주 작은 소리만 나도 과도할 정도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전기밥솥 압력 추가 돌아가자 '무서워'를 연발하고, 아파트 안내 방송이 나오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몸을 웅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 생활 소음에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는 증상을 '소리공포증'이라고 한다.
일상생활 속 모든 소리에 공포 느껴…우리의 감각이 공포를 느끼기 가장 쉬운 방법은 시각과 청각을 통해서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또는 알 수 없는 낯선 소리를 들려줄 때 공포감을 느낀다. 소리공포증은 소음과 날카로운 소리 등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불안 장애이다. 소음, 누군가의 목소리, 전화 소리에 대한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공포를 포함한다. 소리공포증은 일상생활 가운데 들리는 소리 중 특정 소리에서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불특정의 여러 소리에서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귀를 통해 입력된 소리는 달팽이관을 거쳐 뇌로 전달되면 시상을 통해 대뇌피질로 전달돼 어떤 소리인지 인지하게 된다.
소리가 무엇인지 인지하게 되면 우리는 공포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대뇌피질로 가야 할 소리의 일부가 뇌의 감정 영역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 또는 대뇌 번연계(limbic system)로 흘러 들어간 경우 소리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해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작은 소리에도 공포를 느끼는 이유소리공포증의 유발 원인으로는 △트라우마가 있을 때 △청각이 과민할 때 △자폐 스펙트럼 등 특정 질환이 있을 때 등이다. 따라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원인 분석을 할 필요가 있으며, 청력 검사 결과 기능적 이상이 없으면 불안 등 심리적 이유를 의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소리공포증 증상은 대체로 10살 전후로 나타나기 시작해 성장할수록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들은 성장 단계의 일부분으로 일시적인 공포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청각과 시각의 통합적 사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린 유아에게도 시끄러운 소리는 일부 극단적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university of amsterdam) 정신과 데미안 데니스(demian dennis) 교수 연구팀은 소리공포증 발생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뇌가 소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리라 추측하고 소리공포증이 왜 나타났는지 연구했다. 연구진은 증상을 앓고 있는 21명의 환자와 그렇지 않은 23명의 사람을 모집한 후 소리공포증 환자들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소음을 담은 영상과 일반 영상을 참가자들에게 각각 시청하도록 한 후 뇌 반응을 살폈다. 뇌를 모니터링한 결과, 불쾌한 소리가 포함된 동영상에 대해서만 두 그룹 사이에서 다른 반응이 나왔다. 소리공포증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불쾌한 소리를 듣고 분노와 혐오감을 느끼며 심박수가 급상승했다. 뇌 스캔 결과, 감각기관이 느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현출성신경망(salience network)’이라는 영역이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소리공포증 환자는 뇌 영역의 연결이 일반인과 달라 특정 소리를 매우 민감하게 인식해 공포와 불안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귀마개 착용하고 스트레스 줄이면 도움 돼일상생활에서 소리공포증 환자가 느끼는 소리에 대한 공포와 고통은 매우 크지만, 현재로서는 치료 방법이 없다. 다만 다양한 측면의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심리 상담과 소리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며, 대화 치료 등을 통해 극복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대화 치료는 공포 반응을 유발하는 요인, 근본적인 원인, 공포에 좀 더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정신건강 전문가와 논의하는 치료이다.
청력 검사상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노출요법을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통제된 환경에서 불안을 일으키는 자극 중 가장 약한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 강한 자극으로 강도를 높여 노출하여 공포 반응을 줄이는 기법이다. 생활 속에서 귀마개를 사용하거나 불편한 소리를 피하며 생활하는 자가 치료도 좋은 방법이다. 의도적으로 소리를 차단하고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도움 된다. 어린아이의 경우라면 청각의 시각화 훈련이 권장된다. 무서웠던 소리의 원리를 직접 체험하고 눈으로 확인하면 소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한편, 학계에서는 소리공포증 환자의 경우 이명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청각 경로의 손상에 대한 전조증상으로 보고하기도 한다. 따라서 소리에 대한 비정상적인 감각이 인지되면 바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